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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힐링하는 글쓰기] 심연숙 교육생 수필: 정답 없는 선택
- 조회 : 56
- 등록일 : 2025.09.05
* 본 글은 2025년 실로암점자도서관 독서문화프로그램 '힐링하는 글쓰기'의 교육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수필] 정답 없는 선택- 심연숙
과거의 나는 비록 경증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왔으나 다소 엄하지만 현명하신 부모님 덕에 크게 흔들림 없이 살아올 수 있었다. 누구나에게 오는 어려움 많은 파도를 타고 넘었다고 생각해 왔지만 순간순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믿었기에 타고 넘을 수밖에 없었다.
쉽지 않았던 직장생활 속에서 노력만이 살길이라는 부모님의 말을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그 안에서 연애도 하고 꿈을 안고 결혼도 했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 어느 날 친정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그때부터 나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빠를 도와 열심히 엄마 간호에 최선을 다했고 비록 치매 증상은 있었으나 재활로 약간 걷는 것은 가능하게 되었고 조금 숨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기에 남편과의 문제가 시작되었고 결국은 아이 양육권을 내가 가져오는 걸로 이혼서류에 사인을 하였다. 슬퍼할 시간도 없이 나는 간호에 아들 양육에 직장 생활에 정신을 못 차리고 앞만 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아빠가 암이라는 그것도 수술조차 안 될 만큼 전이가 됐다는 사실에 이제 원망조차 나오질 않았다. 미국에 있는 언니 말고는 나에게 형제는 없었기에 나는 엄마를 요양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고 1년을 아빠 간호에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 가시는 길 조금이나마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휴가를 내고 마지막 2주를 함께 입원실에 있으며 좋은 모습만 담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동안 말을 하지 못했던 낳아주고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다 했다. 사랑한다고 아빠가 있어서 행복했노라고 말할 수 있어서 그것이 제일 잘한 일 같다.
지금의 나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피로가 눈으로 몰려왔는지 심각한 안구 건조증으로 각막이식 수술을 하게 되었고 후유증으로 안압까지 올라 시력은 급속도로 떨어지게 됐었다. 지금은 빛밖에 못 보는 상황이 되었다.
아침이면 똑같이 현관문을 열고 출근을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오늘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두려움을 달래며 지팡이를 앞으로 밀어 본다. 그럼에도 새로운 삶에 나는 아직도 적응을 못하고 있다.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다시 배우고 있으나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채로 간신히 억지로 끌고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나는 정해진 선택을 해야 한다.
올라가는 안압을 낮추기 위해 원하지 않았던 미뤄왔던 수술을 위험하다는 이유로 해야 한다. 어떤 일이 나에게 또 남아있을지 얼마나 더 견딜 수 있는지 지쳐가는 나를 보며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을지가 스스로 자신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하겠죠.